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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의 시작 Exploration step1

탐험의 시작
Exploration step1

정지숙의 조형 세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독립된 서사적 체계 위에 놓여 있다. 그의 작업은 일관된 형상성과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매 전시마다 서사의 시간축을 확장하거나 감각의 결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번 개인전 《탐험의 시작》은 이러한 작가적 여정의 기점을 새롭게 설정하는 장이자 앞으로 전개될 서사의 서막에 해당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하나의 알이 깨지며 등장하는 존재 ‘X’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존재는 자연, 시선, 사회적 규범, 고정된 자아 등 세계와의 다양한 접촉면을 통과하며 변형되고 각성된다. ‘탐험’이라는 단어는 단지 내러티브의 외피가 아니라 정지숙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내면적 태도와 감각적 방식의 은유로 작동한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탐험은 목적지 없는 이동이 아니라 감각의 범위를 넓히고 정체성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넘나드는 하나의 정신적 실천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적 작업인 조형물들과 함께 대형 조각들이 출품된다. 기존 작업물들과 다른 재료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조각들은 작가가 구축해 온 조형 언어를 물리적 크기와 조형적 밀도로 변환한 시도로 읽힌다. 작품의 형태는 유사생명체적이며, 동화적 친밀함을 갖고 있으나 그 안에는 서사적 맥락이 내포된 고도의 조형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형상은 단순하지만 반복과 변주의 리듬 안에서 각기 다른 감정의 상태와 움직임, 그리고 경험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특히 이번 전시에 포함된 픽셀 기반의 영상 작업은 정지숙의 조형 세계를 시간성과 내러티브의 축 위에서 전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영상은 고전 게임의 형식을 빌려와 X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전개하며 관람자는 이를 통해 내면의 이동과 심리적 성장을 따라가게 된다. 이는 단지 캐릭터의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가 관람자의 감정과 경험을 매개하며 활성화되는 하나의 ‘심리적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

《탐험의 시작》은 하나의 전시이자 동시에 연작적 구조의 시작점이다. X라는 존재는 이후 작가의 다음 전시에서도 등장하게 되며 그 여정은 또 다른 감각과 상호작용, 조우의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서사적 연속성은 작가의 작업이 단절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의식의 변형과 경험의 층위를 시간의 축 안에서 확장해 나가려는 일관된 시도임을 증명한다.

정지숙의 조각은 형태가 아니라 감응이다. 그의 형상들은 언뜻 비언어적인 친근함으로 다가오지만 관람자의 시선 안에서 언어 이전의 감각을 자극하고 어떤 ‘감정의 상태’로 존재한다. 그것들은 기억과 조우하며, 관객의 몸과 심리에 미묘한 반응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그 반응의 흐름을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하나의 서사적 구조이자 정지숙의 조형 세계가 향하는 다음 단계를 예고하는 첫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관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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